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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한 때 단순히 K팝이 싫었던 힙스터 소년이었다. 원래는 부친의 영향을 받아 흘러간 블루스 록이나 하드 록, 클래식이나 고전 영화 OST만 듣고 지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괴상하고 다 개성없이 똑같은 K뭐시기에 열광하고 있어서 나는 그게 싫었고, 그 때 나는 록 음악을 찾아 들었던 것이다. 그 중에 나의 귀를 잡아 끌었던 밴드가 뮤즈였고, 중학교 졸업하던 해 즈음은 뮤즈만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와서 폐쇄적인 생활을 하며 뮤즈에 빠져들었고, 집에 오면 부틀렉을 마구 찾아서 저장하고, 듣고 보는 생활을 했다. 그런데 그 뮤즈가 어느 순간부터 질리기 시작했다. 거기다 새 앨범이라고 나온 앨범은 더럽게 별로였다. 그래서 전부 질려버렸다고 생각한 그 날, 나는 가지고 있던 뮤즈의 앨범을 전부 팔아버리고, 저장해놓은 라이브 영상과 부틀렉을 전부 삭제했다. 홀가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음악 취향을 라디오헤드가 대신했다. 마침 그들이 첫 내한을 할 시기였고, 나는 라이브를 가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분석해서 철학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은 책)을 다룬 "라디오헤드를 철학하기"라는 책을 샀다. 그 책을 읽고는 나는 라디오헤드의 앨범을 하나 둘 서점에서 사고, MP3에 담아서 듣고, 그 책에 실린 철학 개념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뮤즈에 빠져든 그 이후와 같았다. 부틀렉을 찾아 듣고, 인터뷰도 보고, 영상도 수집하고. 그게 한 2년째 되어간다.
폴 매카트니가 "어떤 음악을 듣던지 항상 라디오헤드로 돌아온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뮤즈는 거의 1년 만에 질려 버렸지만, 아직도 듣다보면 다시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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