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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배"를 하지 않는 성격이다. 주변의 학식 있으며, 배타주의자들의 멍청함을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바보들은 하나같이 키배를 하는 성격이 있다. 꽤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였나, 지인도 일부 배타주의자들과의 인터넷 상의 논쟁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내가 "키배"를 왠만해서 하지 않는 이유는 우선 내 학식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모자라다는 점이다. 가끔은 여태까지 책 읽은게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단편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할 정도다. 게다가, 설령 남부럽지 않은 학식을 쌓는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닐뿐 더러 그 남부럽지 않은 지식에도 충분한 오류가 들어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나는 논객형 인간이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가끔은 그렇게 지혜의 승리인지, 신념의 승리인지 모를 승전보를 알려오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 할 때가 있다. 강한 의지와, 비록 키보드 앞에 앉아 잉여로운 행동이라는 자조를 하면서도 비논리적인 사고에 맞서 당당하게 논리를 펴는 모습은 4년간 트위터를 하며 부러운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나는 그저 누군지도 모르는 사이버 상의 공간(얼마전에 어느 계정이 농담으로 "당신만 실제 인물이고 나머지 계정은 봇인데 몰랐느냐"라는 트윗을 한 것을 보았는데, 흥미로웠다)에 존재하는 데이터와 논쟁을 하기보다, 그 데이터를 통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혹은 그냥 내 주변에서 보는 실제 사람과 가벼운, 혹은 때로는 진지한 지식의 교환, 혹은 논쟁을 해보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찾아 무엇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