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불쾌했던 일, 불쾌한 일.

시무/シム 2014. 10. 8. 20:06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벌써 2년째가 되었다. 내일 아침에는 김칫국을 끓여 먹으려고 콩나물을 사고 마트를 간 김에 음료수도 사와서 올라오려는데,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은 나를 보고도 기다려주지 않은 채 자기 집이 있는 5층으로 가버렸다.

 나는 화가 난 나머지 상스럽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왜 아파트에 살고 있는걸까, 나는. 예전의 살던 그곳에는 친하지는 않더라도 아는 사람들, 가끔 가다가는 인사도 하고 먹을 것도 나누고 서로 시시한 얘기도 나누던 그런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누가 빼앗아 갔을까. 정이 있는 세상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나 자신도 이제는 누구나 나에게 깊게 다가오기를 원하지는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범했던 이 동네도 너무나 많은 것을 겪고있는 것이 아닌가.

 이 일대의 동네도 뉴타운 때문에 골치를 앓은지 몇년 씩 되어간다. 불신과 시기와 탐욕과 초록색의 종이가 나부끼는, 그런 거대한 거짓말들은 이미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두 번이나 집주인들이 뉴타운을 기대하고 뭔가 떡고물을 얻기 위해 세입자였던 나를(나 보다는 "가족"이 맞는 표현일지도) 집에서 쫓아낸 일을 겪으며, 나는 그렇게 세상을 부정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산을 깎아서 평평한 땅에 세운 듯한 이 아파트를 올라오는 두개의 길 중 계단으로 올라오는 길이 있다. 저녁 나절에, 어쩌다가 데모하러 나가서 팔뚝질 하고 술 처먹고 들어오는 이 길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쪽에는 신축 아파트와 방송국이나 대기업 사옥들의 화려한 불빛과 조명으로 가득한 "디지털미디어시티"가 보인다. 어려운 이름 만큼이나 화려한 동네다. 그런데, 조금만 더 바로 밑으로 눈을 돌리면, 골목 골목 사이로 가로등 한두개 뿐 만이 힘없이 빛을 발하는 슬레이트 지붕의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슨 시대에 살고 있는건지. 그 집들이 그렇게 한숨 지으며 말 하는 것만 같다.

(일전에도 아파트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그 때는 글이 쓰이지 않았다. 불쾌한 감정이 안 들어서 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