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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찮아 하는 성질은 하나의 질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이 겨울잠을 자는 이 시기, 마지막으로 대학에 발 딛은 날 이후로 집 밖으로 발을 내딛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간 한 것이라고는 아침 느즈막이 일어나, 밥을 두 끼 정도 해 먹으며, 설거지를 하고, 술이 있다면 홀짝거리다 잠 드는 것이다. 기타를 튕기며 좋은 곡을 짓기위해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만 좋을 수도 있지만) 멜로디의 벽돌을 조금씩 굽고, 책장을 한 장씩 베어가며 생각의 집을 키워나간다. 이게 과연 효과적인 작업일지는 모르겠으나.
2. 점점 인간관계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 나가지 않는 것은 찾는 이도 없지만 찾을 이가 별로 없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 동안 무의식 속에 남을 의지하려고 했던 사실을 찾아가며 충격받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연 한 명 한 명에게 큰 기대를 거는 이런 인간관계가 합리적인 것인가? 한 동안은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불안을 떨치기 위해 '페이스북'도 잠시 닫기로 했다.
3. 종종 불안함을 느낀다. 평소 방을 어둡게 해 두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등은 거의 안 쓰고 책상 위의 스탠드를 주로 쓴다. 그렇게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거나, 모니터를 바라보며 시간 죽이기를 하고 있으면, 사방의 하얀 벽이 나를 옥죄어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넌 어디에 있느냐, 그런 꼴로 무엇을 할 것이냐. 나는 대답 할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리고 일종의 우울 같은 것이 길게 여운으로 남는다. 이 죄책감이 어디로 부터 오는 것인가.
4. 2월의 태반은 일본에서 보내게 되었다. 쉬는 기간이 찾아오면 가기로 생각한 일본여행이지만, 이번에는 역시 돈이 문제일 것 같다. 그 놈의 경제위기 때문에 환율은 치솟고, 여행 자금으로 준비한 돈도 아주 넉넉하지는 않은 것이다. 위안이라면 국가로부터 돌려받은 한 학기의 등록금이라고 해둘까. 지금까지 해 온 여행보다 더 길게 잡은 이 기간에, 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오고 싶다. 정리라고 하기 보다는 결정할 것이 개인적으로는 많이 쌓여있는 기분이 들지만.
5. 돈은 없지만 1월이 끝나기 전에 한 번 정도는 드럼 녹음을 하러 갈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죽인다"고 생각한 기타 리프가 몇개 있어서, 녹음을 해 두고 베이스 라인을 짜 두고 드럼을 치러 가면 되는 상태가 된 곡도 있다. 새 악기가 늘어났는데 이 악기 역시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6. 언제나 그랬듯이 새해의 목표는 잡지 않았다. 올 해도 살아남기가 한 해 목표로 그대로 정해지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