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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상당히 감정적이었으나, 트위터 알림을 꺼 놓고 하루 지나서 다시 켜 놓은 관계로 되짚어 보는 글을 쓰고자 한다.
나는 어제, 유승민의 세월호에 대한 움직임과 그 위선적인 모습에 대해 비판했다. 심지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사를 긁어 모아가면서 썼다. 요약하자면,
1. 유승민이 우익계(새누리당 혹은 민정당 찌꺼기라고 생각함) 정당 정치인 중 유일하게 세월호에 우호적으로 행동하고 발언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세월호 집회를 비난했다.
2. 시행령 공포의 주체인 대통령이 아닌 해수부에 시행령 연기를 요청했다(이건 내가 법적인 부분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애초에 지지자들이 말하는 것 처럼 소신있는 정치인이 직접 대통령한테 말 하지 않은 이유는?)
3. 유승민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이후 세월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찾아오고 그 때서야 입을 연다.
4. 유승민은 지금도 세월호를 방조하고 인격적인 모독을 한 새누리당 잔당들과 바른정당에서 함께 하고 있다.
그러자 많은 반응들이 있었지만 멘션은 거의 눈치없이 멘션 달러 다니는 민주당 지지자들('아저씨'의 인터넷 문체로 쓰시는 그분들)이나 유승민 지지자들이었다. 알람을 아침에 다시 켜서 봤는데, 30분에 한 개 씩 보냈다. 정말 어떤 멘션은 칼같이 30분을 지켜서 들어왔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 버금간다. 대체로 반응은 "당신 뭐냐", "유가족을 위해서 일한 유승민이 뭐가 잘못이냐"와 함께 "유가족도 유승민 인정했다" 인 것이다(게다가 트윗의 대부분이 리트윗이고, 나머지는 자기들끼리 자화자찬이거나 유승민을 비판하는 트윗에 대한 반박 정도다).
일단 내가 누군지 밝히면, 이번 대선에서 투표하게 된 사람이라고 해야겠다(덧붙여서, 청소년 투표권이 여전히 실현되지 않은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유권자로서 대선후보로 나온 사람을 충분히 검증할 필요는 있지 않나? 지지자들이 하는 말만 보고 후보를 믿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고, 지지후보에 대한 비판을 감내해야 하는건 당연하다. 상대도 우리 사회의 정당한 정치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겠다면 당신들은 파시스트 아닌가?
두번째로, "폭력집회" 발언에 대해 "태극기를 불태우는 등 과격시위였다"라는 주장을 한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상대를 프로시위꾼으로 잘못 잡았다. 벌써 시위를 다녀본지도 5년째다. 경찰이라는 권력집단이 얼마나 큰 위계폭력을 저질러왔는지 아실 것이다. 나도 한번은 기습시위를 갔다가 체포되면서 바지를 부여잡고 경찰이 끌려가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면서 자꾸 동의하라고 강요 받았다. 당시 청소년이어서 경찰서에서 계속해서 반말을 들었던 것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강남경찰서 당신들 말이다.
국기의 정당성은 국가에게 귀속된다. 당연히 누군가는 "국민"이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한국의 파시즘적 사상 체계에서 국기는 국가의 것이다. "국기"를 모독하는 것이 전체 인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애초에 없다. 세월호는, 그 국가가 3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무시하고 방관했으며, 필요하면 폭력을 내세워 잠재우려고 했던 1073일에 걸친 사고이자 국가폭력 사건이다. 유가족이, 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의 행태에 분노한 인민 한 사람이 국가의 상징체계인 국기를 불태우는게 그렇게 부당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국기는 소각하는 것이 버리는 방법이라고 초등학교 때 지겹게 들었음을 알리는 바이다.
이들은 마치 유승민 만이 유가족을 위해서 일한 정치인인 것 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야당의 정치인들은 (민주당은 당사에 찾아온 유가족을 무시한 전력이 있으나) 당시 세월호 가족협의회의 법무팀 담당이자 현직 국회의원인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항상 세월호를 언급했다. 누군가들의 표현으로는, 지겨울 정도로.
또한 세월호는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정치인들이 입 모아서 무엇을 한다고 국가의 방관에 의해 죽은 300명이 살아 돌아오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영원히 유가족들의 마음에는 끝나지 않을 문제를, 이들이야말로 유가족으로 부터 일종의 "훈장"을 받아 자기 정치인을 비호하려는게 아닌가? 정치인이라면, 인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라면 사회 전체의 큰 충격으로 다가온 세월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나서는 의무가 있다. 그건 선택할 문제의 영역이 아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현 바른정당 원내대표(공교롭게도 유승민 지지자들은 유승민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할 것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주호영 씨는 세월호를 "교통사고"라고 표현했다가 이제 와서 바꾼 전력이 있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결국 유승민이 함께 탄 "바른정당"이라는 배가, 결코 새로운 배가 아니라 예전에 쓰던 배의 썩은 자재를 가져다 다시 엮은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아닌가.
덧붙여 "유가족 위해 일 한 유승민을 욕한" 내가 인간도 아니라는 주장에는 이렇게 답 하겠다. 당신들 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뭘 하는걸 자기들 권력을 위해 자랑하고 다니느니 그 권력에 대항하다 스러지는게 낫다. 나는 당신들이 불법 집회라고 침 튀기며 주장하는 그 집회에서 최루액이 사람 얼굴에 직사되는 것도 봤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여론전" 펼쳤다는 사실에 분한 나머지 울기도 했다. 보상 받아야 할 일도 아니고 마땅히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인데, 노란 리본 달아본적이라도 있을지 잘 모르겠는 당신들에게 인간 아니라는 소리는 듣고싶지 않다.
이렇게 나는 유권자라는 굉장히 자본주의적 시각에서도 유승민을 지지할 이유를 못 찾았고, 더는 신뢰할 수 없다. 유승민 씨의 처참한 낙선을 기원하며, 덧붙여 그가 SNS 조작을 시도한 것이라면 그 증거가 잘 드러나서 정치인생도 개박살 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