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75년 후, 8월 6일과 9일 즈음하여

시무/シム 2020. 8. 6. 20:46

벌써 75년 전이다. 8시를 조금 지난 부산한 시간, 히로시마에 재앙이 찾아왔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인종차별 반대운동에 긴 시간 참여해온 페이스북 친구분이 일본어로 영어로 못 할 말은 한국어로 해도 되는 것이냐고 화를 내면서 트위터 캡쳐를 올렸다. 여당 지지자들이 “나가사끼가 아니라 도쿄, 오사카에 떨어트려야 했는데” 같은 소리를 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2차대전 당시 한국은 물론 많은 국가와 사람들을 상대로 일본이 저지른 악행을 떠올리며 원자폭탄을 정의구현이라고 생각하는게 한국 사회 대다수의 인식이긴 하다. 이 뒤로도 엄청나게 반복할 말이지만, 역사에 “만약에”는 없다. 하지만 미국이 원폭이 아닌 이미 세워놓은 올림픽 작전 등의 일본 상륙을 통한 총력전은 그 나름대로 큰 피해를 낳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원자폭탄으로 인해 뭇 일본 인민 뿐만 아니라, “조선인”이 아니더라도 “한국인” 한정으로도 많은 숫자의 이들이 피폭 당했고 그로 인해 처참하게 부서진자신들의 삶을 보상해달라고 한국 일본 양국을 상대로 끊임없이 싸워왔다. 한국 국회가 그들의 목소리에 피폭자특별법으로 응답한 것은 2016년이 되어서 였다. 전쟁의 책임은 책임대로 있지만 원폭 공격은 원폭 공격대로 당한 일본은 1950년대 후반부터 관련 법률이 있었다.

길게 얘기해야할 이야기라는 생각은 안 든다. 역사에는 만약이란 없고, 어디에 원폭이 떨어졌으면 같은 소리도 의미 없다. 전쟁에서의 모든 일의 결과로서 1945년 오늘의 히로시마, 그리고 사흘 후의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라는 인간이 만든 재앙이 떨어졌다.

전쟁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 재앙이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 권력자들은 그렇게 애타게 부르짖던 “국민”을 쉽게 저버리기도 한다. “부수적인 피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랜 전쟁의 기억은 항상 승자의 기억으로 덧씌워지기 마련이다.

일본은 패전국 아니냐고? 틀렸다. 당시 일본의 권력은 일종의 시효가 지나자 다시 권력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인민은 패배자지만 일본의 권력은 더 큰 권력에 기생해 다시금 승자가 되었다.

권력자들이 인민을 장기판, 체스판 위의 말 보다도 못하게 생각하며 그 위에서 모든걸 유린하던 그 시절의 일을 대체 우리가 어디까지 신경써야 하는걸까?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끔찍한 일이, 인권유린, 성적 착취, 원자폭탄 공격과 같은 일이 전쟁의 승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벌어졌고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에 대해, 특히 2차대전 종전 자체가 벌써 75년이 지났고 종전 후 100년을 향해가는 지금 시점에서, “만약에”가 의미 없을 뿐더러 이미 인민에게 재앙으로서 일어난 일이 더 악랄하게 벌어졌으면 한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쟁이란 없다. 전쟁을 위한 정의가 있을 뿐이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