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떠나며.
제가 트위터(현 X)를 시작한건 한 12년 쯤 전인 것 같네요. 전 아직 성인이 아니었지만 세상에 관심이 많았고 마침 트위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미 FTA 반대 정국일 때 였습니다. 지금처럼 과격한 사상(?)도 없던 시기고 트위터에서 여기저기 시위가 있다는 곳을 찾아가 보고는 했습니다. 광화문과 종로 일때도, 정당 당사, 여의도, 노조 농성장 등등 어디던가 가 봤던 기억이 납니다. 참 겁도 없었죠.
인권 운동에 원래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이제 갓 중고등학생이 뭘 알고 왔을까 하고 떨떠름해 하던 표정들도 떠오르고 해서 몸 담은 곳은 청소년 운동이었고요. 그 다음은 청년 정치를 한다는 조직, 좌파 정당, 그리고 탈당까지 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트위터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언어를 정제하는 법을 배우고 "활동가" 답게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을 쓸데없이 배우는 시간이 이어졌어요. 그리고는 주변에 대학을 자퇴한 사람들이 있는데도 주중에는 학교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주말이나 주중 학교가 끝나고는 활동가로 이중생활을 하던 저는 그저 그렇게 대학을 갔습니다. 트위터에서 이미 제가 진학한 대학 사람들도 많이 만난 덕분에 대학 생활은 제법 무난한 편 이었습니다(마지막 해에 문제가 좀 있었지만 그건 개인적인 사정이라…).
또 그 사이에는 세월호가 있었죠. 강남역 살인사건도 있었습니다. 시위와 저항으로 정권이 타도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21세기의 우리도 목도 했습니다. 수많은 억울한 사람들, 고공농성장에 스스로를 묶은 사람들, 자기를 스스로 가두는 우리를 용접해 들어간 사람, 철거된 동네, 세상 혹은 자신에게 비관해 스스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 그 안에는 제 친구도 있었네요, 동지도 있었고요. 그 순간들을 함께 하고 즐거워 했으며 함께 애통해 했던 저는 그동안 어떤 사람으로 자라온 걸까요?
개인적으로 큰 변화라면 연애도 해봤고 이별도 경험했으며 친구를 먼저 떠나 보내기도 했고, 이어지는 연애와 인간관계에서의 실패, 대학원 진학과 막상 진학하고는 지지부진해진 학문에 대한 욕구 등, 달콤한 순간도 맛보고 성공도 해보았지만 실패가 참 많았구나 하는 회한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그동안 어떤 사람으로 자라온 걸까요?
물론 트위터는 지금의 저의 인격과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음악 따위의 저의 취향이 더 넓고 커졌고, 더 많은 학문을 만났고… 분명히 자신의 변화와 함께 있었던 순간들이 있지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피로감을 많이 느끼기 시작했고 결정적이었던 것은 작년 여름 성인 ADHD 진단을 받으며 짧은 글에 모호한 맥락이 엉켜 있으며 오독이나 과대해석이 필연적인 트위터, 지금은 X라는 매체가 사실 제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는 커다란 장애물 이었던 것 입니다.
고민을 많이 하기는 했습니다. 시쳇말로 "사회성"이 부족한 저의 인간 관계, 세계관을 만들고 이어주는 역할을 크게 해줬던 것이 사실이고, 그만큼 저는 의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제서야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걸 깨닫게 된 것 같네요.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구 트위터의 새 소유주가 된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경제적 성향과 정반대에 있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가 가진 사상이나 기업관이나 그런 것을 거부하는 사람인지라, 계속 쓰고 있는건 모순적이지 않나 싶은 부분도 많았습니다.
여러 차례 말씀 드리긴 했지만 저에게 매력이나 연민 같은걸 느껴주시는 분은 새로 옮긴 블루스카이, 혹은 일본에 와서 생활하면서 시작해 일본어 혹은 영어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인스타그램도 하고 있습니다. 연락을 원하시는 분들은 밑에 써 놓은 계정으로 찾아와 주세요.
오늘부로 구 트위터, 현 X의 계정은 가동을 중지합니다. 가끔 연락확인을 위해 들어오는 일은 있을 것 같지만 여기에 글을 쓰는 일은 다시는 없습니다.
트위터에서 저를 만나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가능하다면 이번 생에, 어쩔 수 없다면 다음 생에 다시 만나요. 죽으러 가는건 아니니까 다른 계정으로도 꼭꼭 찾아와 주세요!
안녕!
2023년 9월 하순 도쿄 하숙방에서 시무.
블루스카이 zenzen-wakannai.bsky.social
인스타그램 shimu.zenzenwakann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