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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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シム
2014. 11. 12. 18:47
바빠서 글을 쓸 틈이 거의 없습니다. 쓸 시간이 생겨도 써낸 글이 미묘하게 마음에 안 들고, 주제와 벗어나는 내용까지 마구 나와버립니다. 원래 많이 생각하고 써야하고,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깎고 다듬어야 하는게 글인데, 너무 그동안 날림으로 써온 것은 아닐까 싶기까지 하네요.
글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제 멋에 취해버려서 잘난 것인 양 써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글을 최대한 안 쓰려고 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그런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은 의욕이 들어버리고, 글들에 알고 있는 잡동사니를 쏟아내버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습니다. 학교, 5시에 출근, 10시 반에 일 끝내고 집에 설렁설렁 걸어서 돌아오면 몸이 만신창이입니다. 만질 만한 틈이 있는게 오히려 이상한 나날이었네요.
수능이 코 앞이지만, 대학을 붙어버려서 시험을 안 보기로 했습니다. 수험표만 있으면 만능인 양 주변에서 떠들어 대는 바람에 얇은 귀가 잠깐이나마 팔랑거렸지만, 친구가 별로 없는 처지를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하나도 부럽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결국에는 안 보기로 했습니다.1
헌책을 몇십권 씩 사 놓고 정리를 안 해서 책상이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가끔은 현대 문명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렇게 발전했다면서 왜 이렇게 알아서 방이 정리가 되어지고 그런건 없는건지.
대단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