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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타쿠 문화와 페미니즘(?) 간의 논쟁이 불붙은 모양이다. 일본경제신문》에 게재된 어떤 만화의 전면광고가 발행된 뒤 성적대상화라는 논란이 불 붙었다(해당 광고와 광고의 취지는 아래 링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일본어로 적혀있어 옮겨드리자면현대인의 불안을 해소하고 건강한 일상을 위해 라고 하네요 https://twitter.com/comic_natalie/status/1510820735279050755?s=21&t=n_DcgeZnEcPYmiNpzCf0aQ).

 

논란이 된 만화는 월요일의 타와와》라는 작품이다(‘타와와(たわわ)’는 식물의 가지가 열매가 맺혀 휘어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 실제로도 일상 속에서 유방이 큰 여성 캐릭터들의 에로틱한 상황 등을 만화로 그려낸 것인데, 우선 이 안에 관음증적인 시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전제조건이 된다는 문제가 있다(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으나 저 역시 상당한오타쿠라고 자각하는 편이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제목과 광고를 보면 아시겠으나 가슴이 큰 여성의 일상을 담은 내용이 이 만화의 전부인데, 이 컨셉 자체에 관음증적 시선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첫 화의 내용은 광고에도 나오는 교복을 입은 미성년으로 묘사된 캐릭터를 화자인 어느 성인 남성이 열차 안에서 성적으로 응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야기(라고 할 만한 내용이 많지는 않은 듯 보이지만)가 진행되며 그들은 꽤 깊은 유사 연애관계로 묘사된다. 어느 체인점은 유니폼이 야한 디자인이다 라는 식의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트위터 트렌드에 내용이 올라온 관계로 살짝 읽었으나, 논의(?) 내용이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가슴이 큰 여성을 질투(혹은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둥, “오타쿠가 하는게 마음에 안 드는 페미들이 깽판 치는 것 아니냐는 둥. 발전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일본의 대중매체의 문제점이라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컨텐츠에 굉장히 둔감하다는 것인데, 특히 폭력성이나 성적인 요소에 대해관용적이라고 하기보다 둔감하다고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토쿄에서 살고 있는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저번 달 여행을 다니면서 숙소에서 TV를 실컷 봤는데, NHK는 공영방송이니 그런 요소가 적었다고 하더라도 민영방송 심야시간대는 정말 막 나가는 식이었다. 이런 미디어 환경과 이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군중이 이 사건을 논의로 끌고가는 것이 아닌 단순한 논란으로 몰아 넣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 작품의 작가는 코믹마켓 등에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 서클 활동에서(동인 활동인데도 왠만한 기업 부스에 비견되는 규모라고 합니다) <함대 컬렉션>이라는 군함을 의인화(미소녀화?)한 게임의 누가 봐도 교복과 비슷한 복장을 한 미성년으로 보이는 캐릭터의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들어간 2차 창작 활동을 해왔다. 이런 경력이 있는 사람이 그린, 심지어는 작중의 세계를 파란색으로 그리는 등 거의 똑같은 작풍으로 그려낸 상업 작품이 있다는 것은 이 논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이 논란의 문제점은 비판받는 오타쿠 문화의 주역들이 이러한 일체의 상업행위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격동의 소비사회를 살아가며 그들은 정당한 영업행위를 방해하는 가상의 검열집단과 싸우는 전사가 된다.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이(트위터라는 매체의 성격상 그럴 수도 있으나) 굉장히 좁고 작아서 커다란 논의로 발전할 수 없는 것이 하나의 문제점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어지러운 글이 되었지만, 결론을 정리하자면, 이 사안의 문제점으로 첫째, 이 작품은 애초에 문제가 아주 많은 작품인 것과, 둘째, 일본 사회는 이러한 미디어와 콘텐츠에 대해 일상적으로 평가 분석이 가능한 여지가 상당히 적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오타쿠라고 자인하는 입장에서 오타쿠 문화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러한 상업화의 끝판을 달리며 내용없이 누군가를 본질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작품이 쏟아지는 것은 옳지 않다.특히 일상생활에 왜곡된 성적 묘사와 그런 시점을 가져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점점 이전에는 부정하고 있던 포르노그라피의 모방위험성에 대해 조금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매체 속의 모습과 너무나 닮은 상황이 일상적인 피해가 되고 있으며 끊임없다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 이와는 별개로 작가 본인 역시 굉장히 왜곡된 인식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 10년 전이지만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긴 적이 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제대로 된 인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https://twitter.com/strangestone/status/155856044122312705?s=21&t=aKOpQIetI_Wg5gnQBmxH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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