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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국회의원 선거 당일 이군요. 누군가는 내일 대한민국이 바뀐다, 국민이 이긴다, 정치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뭐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저의 투표의 목적은 세상에 대한 복수였고, 가장 복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념인 대의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탈을 쓴 사기꾼들의 거대한 부조리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매번 더 큰 정당들에게 유리한 판이 만들어지는 걸까요?

 

지난번 총선이 지나고 4년 정도 동안 아주 오래전 몸에 담았던 진보 정치에 실망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선거 자체가 사악함에도 아무튼 해도 지난 5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 한국에 있던 기간과 얼마 한국에 돌아와 세금을 내고 살았으니, 아니 정확히는 한국인으로 낳음 당했지만 성인이 될 때 까지 안전하게 자라서 투표권이라는 뭔가가 주어 졌습니다. 굉장히 이상하지 않나요? 투표권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결과물이자 그냥 우리가 태어났기 때문에 주어진 권리라는 양가적인 개념입니다.

 

진보 정치에 대한 얘기를 더 하자면 저는 지난 몇번의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진보정당"을 위한 나름의 전략적인, 하지만 시쳇말로 "한 줌"이나 "329"로 표현되는 "사표"를 던지는 투표를 해 왔습니다. 저에게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 어떤 인물을 지지하느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기극이며 오히려 파시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위험의 불씨 였습니다. 그저 성소수자인 내 친구가,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지구 위 어딘가의 풍경이, 전쟁이 없이 지루한 평화가 영원히 누구에게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국가도 정부도 부정한다고 입은 살아 있지만 투표를 해 왔습니다.

 

얼마 전 어느 언론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중국어로 투표 호소를 했다며 난리가 났더군요. 그런데 중국이 투표에 개입하고 있다, 중국 국적자가 투표를 한다 등의 말도 안 되는 얘기와는 전혀 동떨어진, 그저 '대한민국'으로 귀화 했음에도 당연히 조선말 보다 모어인 중국어가 편한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귀화 이주민 출신 후보의 전략 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멋대로 붙였습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조선말을 모어로 구사 하면서도 투표를 할 수도, 그렇다고 지역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차별을 당하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게 소수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죠. 외국인/내국인 구분 자체에도 충분히 차별적 요소가 많지만 많은 "민주주의자"들이 "현실적인" 판단으로 이를 무시하고 있죠.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기능 하는지는 "인민"이 아닌 "국민"이라는 용어가 얼마나 많이 정치 전반에서 쓰이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진보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말 하려는 사람들이 투표를 한다면 소리 없는 아우성, 목소리 없는 것들을 위한 투표를 투쟁으로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얼마나 더 이상 현실성이 없고 낡은 얘기인지는 저도 잘 압니다. 또한 이런 비슷한 이상을 품었음에도 결국 "현실"에 굴복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살기 마련이고, 이상 역시 살아가는 원동력 입니다.

 

지독하게도 현대 민주주의를 혐오하지만 그렇기에 더 멀리 있는 이상을 봐야하고, 현실적으로는 추후 진보 정당들 사이에 통합의 얘기가 오갈 것 이라고 혼자 멋대로 판단을 해 보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자금 문제가 있는 곳도 더러 있을 것 같아서요. 소수파이고 소수파로서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저는 소수파를 지지했습니다. 진흙으로 빚은 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더라도 말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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