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국회의원 선거 당일 이군요. 누군가는 내일 대한민국이 바뀐다, 국민이 이긴다, 정치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뭐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저의 투표의 목적은 세상에 대한 복수였고, 가장 복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념인 대의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탈을 쓴 사기꾼들의 거대한 부조리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매번 더 큰 정당들에게 유리한 판이 만들어지는 걸까요? 지난번 총선이 지나고 4년 정도 동안 아주 오래전 몸에 담았던 진보 정치에 실망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선거 자체가 사악함에도 아무튼 못 해도 지난 5년 새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 한국에 와 있던 기간과 얼마 전 한국에 돌아와 세금을 내고 살았으니, 아니 정확히는 한국인으로 낳음 당했지만 성인이 될 때 까지 안전하게..
다시 오타쿠 문화와 페미니즘(?) 간의 논쟁이 불붙은 모양이다. 《일본경제신문》에 게재된 어떤 만화의 전면광고가 발행된 뒤 성적대상화라는 논란이 불 붙었다(해당 광고와 광고의 취지는 아래 링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일본어로 적혀있어 옮겨드리자면‘현대인의 불안을 해소하고 건강한 일상을 위해’ 라고 하네요… https://twitter.com/comic_natalie/status/1510820735279050755?s=21&t=n_DcgeZnEcPYmiNpzCf0aQ). 논란이 된 만화는 《월요일의 타와와》라는 작품이다(‘타와와(たわわ)’는 식물의 가지가 열매가 맺혀 휘어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 실제로도 일상 속에서 유방이 큰 여성 캐릭터들의 에로틱한 상황 등을 만화로 그려낸 것인데, 우선 이 안..
1961년 10월 17일, 파리에서 학살이 일어났다. 알제리 전쟁 막바지, 드 골이 이끄는 파시스트 프랑스 정부가 “북아프리카 출신 프랑스 시민”에 대해 차별적인 야간 통금을 선언하자, 대다수 알제리인으로 구성된 1만명의 시민이 평화적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군경은 총칼로 응답했고 학살이 벌어졌다.그 때 시위대가 얼마나 죽었는지 조차 파악이 안 된다. 프랑스 군경은 무차별로 발포를 했고 도망가다 붙잡히거나 의식을 잃은 알제리인을 세느강에 던져버렸다. 당시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인이 9명이나 죽었다’고 보도했다. 한국 언론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에 의한 학살을 ‘강대강 충돌’이라고 포장한다. 웃기는 소리다. 일상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극우들의 폭력에 직면하고 있으며 어제 뿐만 아니라..
완전히 쉬는 날, 다시 말해 알바도 학교도 없고 전날 술을 너무 많이 퍼 마셔 나가 돌아다닐 기운이 없는 날에는 그동안 밀린 일을 한다. 빨래, 청소, 설거지, 요리 해두기. 그러다 틈틈이, 혹은 하나가 끝나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한다. 오늘은 문득 생각이 들어 야구용품을 정리했다. 빨아놨던 배팅 글러브를 개어 도구가방에 넣어둔다. 글러브가 눈에 들어왔다. 벌써 10여년 전은 된 것 같은데, 한국 야구대표팀이 선전하던 시절 아직 꼬꼬마 국가주의자 였던 나는 이 흐름에 야구에 더욱 더 열광했다(참고로 롯데 야구를 이미 이전부터 보고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홀로 공을 벽에 던지고 놀다 리틀야구팀 코치가 연습이라도 같이 해보자고 권유한 적도 있다. 솜씨가 있다며 팀에 가입 해보라고도 했지만, 나..
벌써 75년 전이다. 8시를 조금 지난 부산한 시간, 히로시마에 재앙이 찾아왔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인종차별 반대운동에 긴 시간 참여해온 페이스북 친구분이 일본어로 영어로 못 할 말은 한국어로 해도 되는 것이냐고 화를 내면서 트위터 캡쳐를 올렸다. 여당 지지자들이 “나가사끼가 아니라 도쿄, 오사카에 떨어트려야 했는데” 같은 소리를 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2차대전 당시 한국은 물론 많은 국가와 사람들을 상대로 일본이 저지른 악행을 떠올리며 원자폭탄을 정의구현이라고 생각하는게 한국 사회 대다수의 인식이긴 하다. 이 뒤로도 엄청나게 반복할 말이지만, 역사에 “만약에”는 없다. 하지만 미국이 원폭이 아닌 이미 세워놓은 올림픽 작전 등의 일본 상륙을 통한 총력전은 그 나름대로 큰 피해를 낳았..
최근 좌파들의 식견 없음에 놀라움을 표한다. 얼마 전, “볼셰비키”이자 “트로츠키주의자”임을 표방하는 단체(개인? 구분이 잘 안 간다)가 중국을 옹호하며 홍콩의 “폭동”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7월 달에 낸 것을 봤다. 영국의 국기와 미국의 국기가 나온 것을 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민중당(민중당이 좌파가 아니라는 생각에 더 공감하긴 한다)도 논평으로 밝힌 바 있다. 또한, 그 후에는 꽤 많은 “공통의 친구”가 있는 “트로츠키주의자”가 “비거니즘 비판”을 하며 “열량을 재량있게 섭취하지 못 하는 노동자 민중과 동떨어진 소부르주아적 행태”라고 하는 글을 읽은 바 있다. 우선, 홍콩의 자유를 요구하는 일련의 움직임과 비거니즘(나아가 멸종저항운동의 흐름)이 소부르주아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 홍콩..
TV만 봤다 하면 다르지만, 평소에 K팝에 대해서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하고 삽니다. 아침에 트위터를 보던 중, 혁오밴드의 오혁이 아이유에게 “만행”을 저질렀다는 어떤 커뮤니티 펌글을 봤는데, 처음에는 “만행”이라고 해서 비하발언이나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자신은 상업적이지 않은데 아이유는 상업적이라서 잘 팔린다, 따위의 발언을 하면서 자신이 차트에서 이기고 싶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넘어 갔을텐데, 바로 밑에 아이유의 팬들이 “상업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 이었습니다. 스위치가 눌렸다고 할까요, 그래서 장문의 글을 적어봤습니다. 프로와 취미의 기준이 모호하고 상업예술 순수예술..
오늘 우리는 이미 법적으로 어떠한 문제도 없으며, 제한적이지만 전봉준 투쟁단이 서울 시내로 트랙터를 들여올 수 있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이를 저지한 경찰의 폭거를 봤다. 이는 집회 시위의 자유에 앞서 이동권의 자유를 침해한 큰 사건이다. 이런 불법적인 요소를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역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폭력이 발생한 것을 오늘 우리는 봤다. '시국가요'를 발표한 모 가수 그룹의 공연이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어 취소 되었고, 이를 반발하며 공동행동 게시물의 댓글에 각종 여성혐오적 발언이 실리고 있다. 폭력과 비폭력의 기준은 모호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항상 폭력과 비폭력이 혼재되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전..
20년이라는 세월은 짧지 않다. 속된 말로 강산이 두번 변한다. 나는 그 기간을 조금 넘게 살아 오면서, 내가 태어나서 피해갈 수 없었던 집단에서 -예를 들면 학교에 가면 있는 남자들의 무리- 둥근 사람이 되기 위해 내 양심을 하나 하나 잘라냈었다. '여성을 차별하거나 성적인 눈으로 봐서는 안 된다', '소수자를 모욕하거나 비하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내 양심 속의 조각 하나 하나를, 세상에(적게 잡아도 속할 수 밖에 없는 집단에) 맞지 않는 조각이기에 뽑아내거나 다듬어야만 했다. 그렇게 해야만 할까? 아무렇지도 않게 둥글게 산다고 해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걸까. 거리에 나가 끌려가면서도 외쳐대는 그런 형태의 저항의 목소리를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누군..
한 해의 마지막이 되었다. 항상 '올 해 성실히 살았는가'라는 의문보다는 내년은 어떻게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려는지 불안만 더해간다. 누군가 올해는 '바닥 밑에 또 다른 바닥이 있고, 지금 우리가 바닥이라고 느끼는 이 곳이 바닥이 아니'라고 말했다. 틀림 없는 말이다. 다시금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 많이 느끼는 해 였던 것이다. 올해 대학에 들어왔다. 오늘날에 와서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지식인이 된다는 것 보다는, 앞으로는 대학 입시가 아닌 밥벌이 걱정을 할 시기가 다가오는 것,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희망하는 직종을 변경하는 때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지내보니, 여전히 현실은 모든 잿빛과 슬픔과 야유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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