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나는 남을 잘 의식하는 편이다. 남의 칭찬에, 남의 나에 대한 첫 인상에, 남이 나에게 가진 감정이 호감인지 불쾌함인지. 신경 안 쓰고 살 수가 없겠지 싶은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는 척 하면서도 남들의 평판이나 시선을 두려워하는 지독한 버릇이 있다.곰곰이 생각하면 겁이 많은 성격이 한몫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뒤에서 나를 험담하거나,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거나. 그리고 남에게 나름대로 꾸며낸 나를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다시금 하게 되면, 나 자신이 정말이지 너무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좋은 것일까.성서에는 "인간이 부끄러워함을 알게 되어 옷을 입은 것"이라는, 지금의 기준으로는 그 말 자체로는 그냥 ..
여행을 다녀온 나는, 어느덧 학부생이 되었다. 다시금 취하도록 값싼 술을 위장에 털어넣으며 축하주 아닌 축하주를 먹었다. 고난의 시작인걸까.나름대로 원하는 학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기쁘게 생각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학생활"이라는 것들은 누군가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주는 것이 될까봐 두렵다는 것이다.물론 원만한 대인관계 등은 중요할 것이다. 어쨌든 서울 변두리의 자그마한 캠퍼스에서 4년여를 보내게 되었기 때문에, 함께 지내게 될 사람들과는 원만하게 지내야 한다. 하지만, 그 것을 빌미로 "청춘"의 들러리가 되어버리는 나는 과연 행복한 캠퍼스 생활, 만족스러운 학문을 하는 것일까?어차피 허물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인 나는 어떻게든 잘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
어느새인가 나는 도망치고 숨고 유유자적하고 다시 누군가 나를 보면 다시 도망쳐 버리는 인생을 동경하게 되었다. 일탈이라는 것은 누구나 항상 꿈 꾸는 것이겠지만, 그 일탈과는 항상 다른 기분이다. 물론 이런 기분들 역시 몸에 피로가 쌓여올 때, 크나큰 압력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그런 것이라 일탈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좀 다르다는 느낌도 든다. 요컨대 더 적은 사람의 눈에 '띄게 되는' 아이슬란드 같은 곳으로 훌쩍 떠나서 거기에 눌러붙어 살고 그러고 싶은 것이다. 물론 거기서 더 나아가 그 곳에서 다시 나는 이상하고 눈에 띄고 그런 존재가 되었을 때 나는 다시 또 떠나고 싶어지지 않을까. 고요하게 있을 수 있는, 나를 관심 쓰지 않으면서도 그저 조용히 받아주는 그런 곳을 ..
일을 시작했다. 누군가가 전화를 하면 주문을 받아서 음식을 집으로 보내주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얼굴 없는 사람들. 누군가와 웃고 있거나, 안절부절 하면서 나에게 화를 내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먹을 것부터 얘기를 하고는 한다. "자기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크게 신경쓰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당신들의 컴퓨터에 남아있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씁쓸한 면모도 본다. "아이들에게 피자를 안겨주는 착한 가장"을 연기하는 그 사람은 사실 며칠 전 으슥한 어딘가의 숙박업소에서 누군가와 시시덕 거리고 한 이불안에서 피자를 나눠먹던 사람이다. 연기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숨기고. 물론 나도 그렇다. 친절한 나를 연기하고 뒤에서 토하는 것이다.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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