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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했다. 누군가가 전화를 하면 주문을 받아서 음식을 집으로 보내주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얼굴 없는 사람들. 누군가와 웃고 있거나, 안절부절 하면서 나에게 화를 내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먹을 것부터 얘기를 하고는 한다.
"자기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크게 신경쓰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당신들의 컴퓨터에 남아있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씁쓸한 면모도 본다. "아이들에게 피자를 안겨주는 착한 가장"을 연기하는 그 사람은 사실 며칠 전 으슥한 어딘가의 숙박업소에서 누군가와 시시덕 거리고 한 이불안에서 피자를 나눠먹던 사람이다. 연기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숨기고. 물론 나도 그렇다. 친절한 나를 연기하고 뒤에서 토하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들 토한다. 콜센터 직원이 토한다. 주문을 보낸다. 음식을 만드는 이가 토한다. 음식을 만든다. 배달하는 이가 토한다. 이렇게 음식이 만들어지고 손님들은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토한 것을 먹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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