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글을 쓸 틈이 거의 없습니다. 쓸 시간이 생겨도 써낸 글이 미묘하게 마음에 안 들고, 주제와 벗어나는 내용까지 마구 나와버립니다. 원래 많이 생각하고 써야하고,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깎고 다듬어야 하는게 글인데, 너무 그동안 날림으로 써온 것은 아닐까 싶기까지 하네요.글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제 멋에 취해버려서 잘난 것인 양 써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글을 최대한 안 쓰려고 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그런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은 의욕이 들어버리고, 글들에 알고 있는 잡동사니를 쏟아내버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컴퓨터를 만지작 거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습니다. 학교, 5시에 출근, 10시 반에 일 끝내고 집에 설렁설렁 걸어서 돌아오면 몸이..
언젠가 부터 사람들에게 벽이 느껴졌다. 내가 얘기하는 많은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쓸모없는 참견을 할 것만 같고, 나는 항상 숨고싶은 기분이 든다. 나는 큰 거리를 나갈 때 교복을 입는 일이 별로 없다. 나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에게 말을 걸 때, 나의 얼굴이나 행색을 찬찬히 뜯어보고 그들은 속으로는 업신 여기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내가 자기들보다 어리니까. 그렇게 보이니까. 내가 누군지 인식하는게 아니라 내가 그려진 벽을 인식하니까. 그래서 교복을 입지 않는다. 최대한 나를 드러내고 다니는 일은 안 하려고 한다. 학교에 앉아 있을 때, 나는 더욱 높고 튼튼한 벽을 느낀다. ..
일을 시작했다. 누군가가 전화를 하면 주문을 받아서 음식을 집으로 보내주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얼굴 없는 사람들. 누군가와 웃고 있거나, 안절부절 하면서 나에게 화를 내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먹을 것부터 얘기를 하고는 한다. "자기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크게 신경쓰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당신들의 컴퓨터에 남아있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씁쓸한 면모도 본다. "아이들에게 피자를 안겨주는 착한 가장"을 연기하는 그 사람은 사실 며칠 전 으슥한 어딘가의 숙박업소에서 누군가와 시시덕 거리고 한 이불안에서 피자를 나눠먹던 사람이다. 연기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숨기고. 물론 나도 그렇다. 친절한 나를 연기하고 뒤에서 토하는 것이다.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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