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나는 남을 잘 의식하는 편이다. 남의 칭찬에, 남의 나에 대한 첫 인상에, 남이 나에게 가진 감정이 호감인지 불쾌함인지. 신경 안 쓰고 살 수가 없겠지 싶은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는 척 하면서도 남들의 평판이나 시선을 두려워하는 지독한 버릇이 있다.곰곰이 생각하면 겁이 많은 성격이 한몫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뒤에서 나를 험담하거나,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거나. 그리고 남에게 나름대로 꾸며낸 나를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다시금 하게 되면, 나 자신이 정말이지 너무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좋은 것일까.성서에는 "인간이 부끄러워함을 알게 되어 옷을 입은 것"이라는, 지금의 기준으로는 그 말 자체로는 그냥 ..
여행을 다녀온 나는, 어느덧 학부생이 되었다. 다시금 취하도록 값싼 술을 위장에 털어넣으며 축하주 아닌 축하주를 먹었다. 고난의 시작인걸까.나름대로 원하는 학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기쁘게 생각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학생활"이라는 것들은 누군가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주는 것이 될까봐 두렵다는 것이다.물론 원만한 대인관계 등은 중요할 것이다. 어쨌든 서울 변두리의 자그마한 캠퍼스에서 4년여를 보내게 되었기 때문에, 함께 지내게 될 사람들과는 원만하게 지내야 한다. 하지만, 그 것을 빌미로 "청춘"의 들러리가 되어버리는 나는 과연 행복한 캠퍼스 생활, 만족스러운 학문을 하는 것일까?어차피 허물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인 나는 어떻게든 잘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
우선 월급도 들어왔겠다, 개인적으로 각종 홍보와 영상들을 보면서 쌓아두었던 구매욕구가 분출하여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19.99달러. 여행자금을 쌓아두어야 했는데 그런 걸 따져보면 나름 거금이었습니다...게임의 얘기를 좀 하면, 아시는 분은 다들 아실만 하지만, 이 게임은 기존의 "전쟁게임"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전쟁에서 누군가를 해치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흔히들 높으신 분들이 말하는 "부수적 피해"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죠. 물론 해치고 죽이는 선택을 할 수 있긴 합니다만...플레이어는 3명의 생존자, 혹은 2인, 4인, 더욱 극강의 난이도인 경우는 한 명의 생존자만을 데리고 이들을 40일, 혹은 20일 정도 생존하게 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초기에는 은거지에서 물자조달이 어느정도 가능하긴 하..
3개월 간 아르바이트 하러 다녔던 콜센터 회사를 그만 두었다.첫 달 시급은 4860원, 주휴수당 미지급, 야간수당 미지급. 아주 불법으로 알바를 부려먹는 회사였다. 값 싼 맛에 부려먹히며 나는 많은 스트레스를 얻었다. 각종 진상을 만나고 그러다보니 여기서 3개월 버티는게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이 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마지막에 주휴수당 등 지급하지 않은 건에 대해서 지급을 요구하고 나올 참이었는데, 말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 모두의 평판을 두려워하는 겁 많은 나의 모습이 들어난다는 생각이었다. 한심하다. 언젠가는 해결해야지, 하고 많은 증거를 모아두고 했는데도, 왜 그렇게 말이 떨어지지를 않았을까. 한심하다.아무튼 받지 못한 수당 등에 대해서는 고발ㆍ진정을 해나갈 생각이긴 하다. ..
예전 어느날, 내 방에 들어갔을 때, 이 즐거운 순간이 제발 지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내가 믿는 신에게 눈물 흘리며 기도했던 바보같은 나날이 있었다. 그 때가 아마 중학교 마지막 해 즈음 이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무언가 그 시절의 나는 무언가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하고 들뜬 그런 기분으로 살아왔고 지금의 내가 그 때의 나를 주관적으로 바라보면 참으로 빛나는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결코 좋았던 때는 아니었지만서도.그리고 나는 그 나날로 부터 몇 년 지나 술을 내 돈을 내고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때 사랑했던 사람들,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많이도 사라졌고, 내가 그것들에서 흥미를 잃게 되기도 했다. 지금을 후회하고 그 때로 돌아가고 싶거나, 그 때를 생각하면 ..
시규어 로스 3집의 제목은 입니다. 앨범, 심지어는 곡들에도 제목이 없습니다. 가사 또한 없습니다. 드러머 Orri의 인터뷰에 따르면 "완성된 결과물이 너무나 완벽해 가사를 넣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고 할 정도입니다.일전에 썼던 2집 발매 시기, 밴드는 예기치 않은 히트를 치고 월드투어를 하는 등등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그 와중에 밴드 멤버가 탈퇴하는 등 많은 피로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무겁고 우울하게 시작하고 절규와 같은 기타의 노이즈로 끝나는 폐쇄적인 느낌의 앨범은 그 간의 감정을 대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음악적인 부분을 보자면, 전체적으로 우울한 사운드의 앨범이지만 처음 1~4번 트랙은 약간은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4번째 트랙이 끝나고 36초간..
트위터에서 소위 리버럴하다는 사람들에게 추앙받던 인물들이 어떤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등 돌려져 버림받고 쫒겨나는 모습은 참 흥미로운 부분들을 보여준다. 흔히들 얘기하는 인격은 충분히 연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부분들이 많다고 본다.아주 예전에 흔히들 초등학교 등에서 하던 인성교육과 관련된 짤막한 글들 중 "아메리카 선주민(이 사람들의 호칭을 아직도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인디언은 절대 아니고)"들의 격언이라고 했던 이런 투의 글을 보았던 것 같다. "마음속에 삼각형이 있는데 이게 계속 부딪히다보면 무의식 중에 뭉툭해져 양심을 잃게 됩니다. 항상 삼각형을 날카롭게 유지하는 자세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낄낄거리며 온갖 말..
어느새인가 나는 도망치고 숨고 유유자적하고 다시 누군가 나를 보면 다시 도망쳐 버리는 인생을 동경하게 되었다. 일탈이라는 것은 누구나 항상 꿈 꾸는 것이겠지만, 그 일탈과는 항상 다른 기분이다. 물론 이런 기분들 역시 몸에 피로가 쌓여올 때, 크나큰 압력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그런 것이라 일탈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좀 다르다는 느낌도 든다. 요컨대 더 적은 사람의 눈에 '띄게 되는' 아이슬란드 같은 곳으로 훌쩍 떠나서 거기에 눌러붙어 살고 그러고 싶은 것이다. 물론 거기서 더 나아가 그 곳에서 다시 나는 이상하고 눈에 띄고 그런 존재가 되었을 때 나는 다시 또 떠나고 싶어지지 않을까. 고요하게 있을 수 있는, 나를 관심 쓰지 않으면서도 그저 조용히 받아주는 그런 곳을 ..
누구나 살아있을 때는 즐거워하고 싶은 법이다. 고난 속에 있을때도, 누구나 즐거움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나 역시 그런 편이다. 삶의 자괴감이 들고 남들과 나 자신을 줄자 위에 세워보고 죽고싶다, 손목을 손등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기 때문에, 항상 아무 생각이 없을 때는 바로 즐거운 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이를테면 음악에 대해서 파고들거나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 아닐까.세상이 바뀌기를 바라고, 그 바뀌어야 하는 방향을 생각하는 것도 그런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일말이나마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때, 어렵더라도 언젠가는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그 때는 책을 읽고 마음에 불이 지펴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역시 침울해질 때는 도망갈 생각을 ..
힘 센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신념이 강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요즘 벌어지는 서울인권헌장을 둘러싼 많은 일들을 보며 다시금 드는 생각이다.끝내는 서울시장은 남들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동성애자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말았다. 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나온 시민들의 인권헌장이, 그야말로 종잇조각이 되어버린 것이다.작년인가 올해 초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도 않지만,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수정하려는 문용린 당시 교육감의 시도로 공청회가 열렸었다. 나도 그 자리에 갔었고, 아수나로 등등 몇몇 청소년 인권 단체, 성소수자 관련 단체에서도 공청회에 참여했다. 아주 개판이고 불편한 자리였다. 교수라는 사람이 나타나 애국가를 제창하지 않는다며 설쳐댔고, 끝내 그 교수..
- Total
- Today
- Yesterday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